독일교회는 500년 전 마르틴 루터가 독일 비텐베르크 성교회에 '95개조 반박문'을 붙인 종교개혁 기념일을 차분하게 보내고 있다. 비텐베르크 광장에 독일어 성경을 든 루터 동상이 서 있다. 그 뒤편으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포스터가 걸려 있다. 독일관광청 제공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원로)
오늘 500년 전 종교개혁 당시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1517년 10월 31일 마르틴 루터가 독일의 비텐베르크 성교회에 95개조 반박문을 붙입니다. 그날을 후대들이 종교개혁 기념일로 삼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마태복음 9장에 병자를 고치는 예수님 이야기, 구약성경 이사야62장에 나온 이스라엘의 축복 이야기, 로마서 1장 16∼17절에 ‘믿으면 누구든지 구원받는다’는 말씀을 우리는 기쁨으로 받습니다. 죄인도 용서받고 구원받는다는 사실을 성경말씀으로 읽고 깨달아 보십시오. 자기 손으로 성경을 들고, 글로 읽을 수 있으면 그 자체가 혁명적 변화를 예고합니다.
당시 루터는 수도원에서 경험한 깊은 영성이 매일 살아가는 일상 속에 들어와야 하고, 하나님의 복음은 수도원에 밀폐돼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하나님의 ‘생명의 복음’은 교권주의를 떠나 일상 속에 들어와야 합니다. 하나님의 마음은, 진실은, 복음은, 생활 속에 들어와 살아 움직여야 합니다. 영성을 일상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바로 종교개혁의 특징입니다. 각자가 영적으로 보람되고 행복감을 느끼고 삶이 가치 있다고 느껴야 일상에서 열심히 일할 것 아닙니까.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신앙의 샘솟는 기쁨을 일상 속으로 끌어오는 것이 종교개혁입니다.
당시 루터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예수 믿는 모든 사람,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사람, 정치하는 사람, 사회사업가, 문화와 예술활동을 하는 사람,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 모두가 믿는 사람으로 일하고 살면 바로 하나님의 사제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담은 영성만 갖고 있으면 생활공간 하나하나가 사제처럼 살아가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살면 행복합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하늘의 소명과 가치관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렇게 살면 풍성한 일용할 양식을 모두가 구할 수 있습니다. 경제는 정의롭고 풍성하게 발전합니다. 정치는 민주화되고 자유가 들풀처럼 피어납니다. 사회는 개방화되고 자율화됩니다. 이 사실이 종교개혁이 가져다준 엄청난 변화입니다. 하나님 말씀을 밀폐시키지 마십시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움직여 왔고, 지금도 살아 움직입니다.
외형으로 많이 가지고 많이 쌓았다고 해서 진실한 삶의 기쁨이나 행복이 얻어지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샘솟는 기쁨을 맛보아야 합니다. 루터가 말한 ‘의인이 된다’는 말은 우리말로 바꾸면 구원받는다는 말입니다. 구원은 믿으면 받습니다.
부활의 은총을 가장 깊은 곳에서 샘물 기르듯 길러서 새롭게 사십시오. 사실 이것은 종교개혁이 아니라 신앙개혁입니다. 십자가에서 부활로 옮겨가는 새로운 생명의 터전입니다. 이것을 우리가 편의상 종교개혁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새로운 생명의 영성을 받읍시다. 골고다를 넘어 부활의 은총으로 뜀박질하며 달려갑시다.
이 땅에 있는 동안 기쁨으로 기도하고 열심히 일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우리도 아름다운 가치관으로 보람된 삶을 살아갑시다. 이것이 종교개혁입니다. 이 일을 내가 먼저, 우리가 먼저, 서로 격려하며 먼저 합시다. 종교개혁은 나의 개혁이고 우리의 개혁이고, 하나님 나라의 시작을 알리는 초석입니다.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원로)